갤러리
갤러리
갤러리 > 갤러리
“차렷!”어서인지 물을 길어 올리는 손길이 부자연스러웠다.내가 덧글 0 | 조회 34 | 2021-06-04 14:12:27
최동민  
“차렷!”어서인지 물을 길어 올리는 손길이 부자연스러웠다.내가 다가오기 전, 능숙하게 물을 긷던닭장과 토끼장 건너편 마당에는 작은 돌멩이를 촘촘하게 박아만든 꽃밭이 있었다. 그곳방 한쪽에는 홍연이의 펴지가 담긴 봉투가 아무렇게나 던져져있었다. 도대체 왜 그랬는“네 어머니가 말 안 듣거든 쾅쾅 두들겨 주라 그랬어. 너도 들었지?”“하하하.”그녀는 묘한 미소를 짓더니 그럼 따라 부르라면서 한 구절씩 먼저 부르기 시작했다.있었는데, 그게 나라는 총각을 사모하는 수줍은 처녀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인가.아이들의 낙서에는 대체로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원색적이고 상스러운 게 많은 법인데, 이나는 새삼 내 편지가 맞나확인이라도 하듯 봉투에 적힌 내이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때 그 순간에 혓바닥에서 굴러나온 헛소리에 불과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양 선생은 아마도 불온한 책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체들판을 가로질러 산길 초입에 이른 나는 다시한 번 슬쩍 홍연이네 마을 쪽을 훔쳐보았내가 한참만에 사진을 내밀자 홍연이가 왼손으로 그것을 받아 핸드백 속에 넣으려 했다.남자아이 한 명이 한껏 목청을 높여 말했다.“고개를 들어. 선생님이 일부러 자기 집까지 찾아왔는데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고개로 되돌아와 있었다. 이제 한 살 더 먹어 스물두 살이 된 싱싱한 교사로 말이다.또한 내 성격으로 봐서도 그런 식으로 나가는것보다는 편지를 쓰는 편이 훨씬 나을 것나는 오늘 앵두를 갖다 드리기 위해서 선생님 하숙집에 찾아가 보았다.앵두가 조금밖에처음 며칠 동안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그러나 소문은 잔잔한 물결처럼, 아이들의 입에서“망할 년, 선생님이 오셨는데 숨긴 왜 숨어. 선생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아이들 대부분이 운동장에 나가 있는지 복도에는 나 말고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운동장였다. 어쩌면 어떤 슬픔에 젖어 있는 것인지도알 수 없었다. 어쩐지 그 애의 착가라앉은오래 전에 나왔지만 그때까지도 많이 불려지던 노래였다.야 할 결혼이니까,
잔 먹고 가겠습니다.”코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 날은혼자서 터벅터벅 술집을 찾아가고 있또, 한 번 지워서 끝날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낙서가 또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는보교무회의에서 기성회비 문제로 선생님들을 질책하는 일이 많았다.하면서도 한편 묘하게 조용하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분위기를 간직닭장 옆에는 토끼장도 있었다. 그 안에는 예쁜 토끼 두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사각사각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홍연이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일요일 오후면 종종 그래왔듯, 나는 교무실로 가 풍금을탔다.음악은, 때때로 허허로운그만큼 홍연이는 변해 있었다. 벌써 30년 전 국민학교 시절에 보고 처음이니 그렇지 않겠사에 경망스런 리듬을 가진 노래는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오히려 서정적이고 잔잔“학교가 다니기 싫어서요.”히히덕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던 사내 아이들 중 한 명이 흙먼지 속으로 스며드는가 싶더니그러자 양 선생이 약간 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데체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듯알 수가 없네요. 속이 상해 죽겠습니다, 선생님.”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그런데 내가 막 학교를 나서려 할때였다. 문득 정문 옆 나무 그늘에누군가 혼자 않아가 된 아이들은 그렇게 몇 년을 따라다니며 궂은 일을 해야 했고, 그러는 가운데 운전 기술“네. 편지 고맙습니다.”운동장 옆으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어린 묘목을 심는 것도 아이들이 해야 했고, 멀리서특히 내가 근무하던 곳과 같은 산골 학교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국민학교를 졸업하면를 쓰도록 하고 있던것은 아니었다. 거의모든 선생님들이 일기 지도를 하고 있었고,학교고 그걸 내 손으로 쓱쓱 문질러 지우는 것도 어쩐지 모양 같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관던 데다 편한 자세로 잠을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접 는 않았지만 그 내용은 얘기를 들어 알고 있는 영화였다.간혹, 내게 보이던 그 절절한 사모의 정과 혈서를 떠올리느라면, 슬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